교권의 몰락, 그 끝은 어디로 가는가?

7월 19일. 하루에만 해도 두 건의 교권 몰락의 단편을 보여주는 기사들이 나왔다.

교권의 몰락

교사 A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후 학교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A씨는 학급내 발생한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면서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고 한다. 이 과정에서 특정 학부모가 악성 민원을 제기되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교원단체에 따르면 A교사가 1학년 담임이고 학급 내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학교폭력 사건으로 인한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사망의 주요한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교사는 발령을 받은 지 1년 반쯤 된, 교사의 꿈을 막 이룬 신규 교사였다.

https://n.news.naver.com/article/421/0006939636?ntype=RANKING

악성 민원에 시달린 교사

또 이런 일도 있었다. 지난 6월 30일, B교사는 교실에서 학급 제자인 C군에게 폭행을 당했다. 그것도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말이다. 수십대를 맞았고, 밟혔다. B교사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C군으로부터 얼굴과 몸에 주먹질, 발길질을 당하고 욕설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교사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함께 있었던 학생들의 증언이기도 하다. C군은 정서행동장애로 특수반 수업을 듣고 있었다. 이에 학교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B교사에 대한 보호조치와 C군에 대한 징계 여부 등을 심의했다.

https://imnews.imbc.com/news/2023/society/article/6505282_36126.html

초등생이 담임을 ‘퍽퍽’‥발길질” 교실서 벌어진 폭행에 ‘발칵’ – mbc뉴스

사실 교권의 몰락은 근래에 새롭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니다.

작년 충남 홍성군에서는 교사가 수업 중인 교단 위에 올라와 드러누워서 핸드폰을 충전하며 사진을 촬영했던 사건도 있었다. 잊을만 하면 교권이 추락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정말 많은 것 같다. 한 교원단체가 올해 5월 14일,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두고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고작 23.6%만이 교직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설문조사는 2006년 이후 매년 실시되었는데, 해마다 만족도가 최저치를 갱신하는 중이다.

특히 조사에 참여한 교사 중 87.5%가 최근 1-2년 동안 교원들의 사기가 저하되었다고 응답했으며,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를 했을 경우 민형사 면책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교사는 전체의 96.2%에 이르는 결과가 나타났다. 교원단체에서는 “무차별적인 항의, 악성 민원, 아동학대 신고에 대해 교사들이 무기력한 교권만을 경험하고 있다면 교사들의 자존감이 훼손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교권

사실 현재 우리나라 교사들의 수준은 정말 세계적이다.

“한국의 뛰어난 인적 경쟁력은 교사에게서 나온다. 한국 교사는 모두 학급에서 상위 3등 안에 드는 엘리트지만, 미국 교사의 절반은 하위 3등권 출신이다.”

‘총.균.쇠’의 작가이자 문화인류학자 – 제레드 다이아몬드

총,균,쇠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한 말이다. 그는 그가 저서 ‘대변동’에서 한국의 교사들을 매우 높이 평가했다. 그는 현재 최강대국인 미국의 약점이 공교육에 있다고 봤고, 세계에서 가장 역량이 뛰어난 교사를 배출하고 있는 한국을 본받아야 한다고 적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2023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 13개 교대를 포함한 초등교육과 중 11개가 사실상 미달이었다. 수능 9등급이 정시 1차에 붙었다는 기사도 나왔었다. 교대를 입학하는 학생들의 수준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그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아마도 교권의 몰락일 것이다.

교권의 몰락은 학교 안에서만 끝날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많은 자원을 보유하지도 못했고,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유일하게 가진 것은, 뛰어난 인재들 뿐이다. 이런 나라에서 교권의 몰락은 곧 공교육의 몰락을 의미하며, 공교육의 몰락은 국가의 몰락과 직결될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정확히 보여주는 것이 바로 옆나라, 일본이다. 혹자는 10년 전의 일본을 보면,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을 알 수 있다 하였다.

현재 일본의 공교육 상태는 어떠한가? 교사 미달 사태를 맞이하여 온갖 지원금과 인센티브로 교사 채용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으나 상황이 좋지 못하다. 심지어 단순히 강사 경험만 있어도 필기시험의 여러 과목을 면제시켜주는 정책까지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교사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조사 결과 이유는 교원의 몰락과 박봉이었다. 위에 언급한대로 우리가 일본의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꼬우면 교사 안하면 되지!’ 그래서, 모두가 교사라는 직업을 기피하면 어떻게 될까?

쉽게 말해 수능에서 9등급 맞는 수준의 교사가 공교육 현장에 배치될 것이다. 그럼 그 뒤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모두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공교육의 수준이 나락에 떨어질 것이다. 공교육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되는, 소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들의 경우에는 별 문제가 안 생길 것이다. 고액 과외를 포함한 사교육에 힘을 빌리면 될테니. 공교육의 몰락은 극단적 양극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교권 VS 학생 인권

교권과 학생 인권 중에 어디가 먼저일까? 사실 참 어리석은 질문이다. 교권과 학생 인권은 끈끈하게 이어진 운명 공동체와 같다. 충분히 인정받는 교권은 학생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힘을 갖는다. 아래 사례는 실제 있었던 사건으로, 당사자와 함께 근무했던 지인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이다.

“작년에 저희 반에서 두 아이가 싸웠습니다. 사소한 일이었기에 두 친구 모두와 충분한 상담을 진행하고 화해시켰습니다. 둘은 다시 단짝이 되어서 남은 1년을 정말 잘 보냈어요. 그런데 올해 일이 발생했습니다. 올해 두 친구가 다시 싸우게 되었는데, 제가 처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감봉 3개월이랍니다.”

여기서 교사가 잘못한 내용은 무엇일까? 화해를 시켰다는 점이다. 교사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화해가 아니라 학교 폭력으로 신고를 했어야 한다. 현행법이 그러하다. 교사는 교육적인 목적을 가지고도 화해를 시켜보려는 시도나 지도를 해서는 안된다. 그게 학생 인권이랜다. 과연 학생의 인권은 보호되었을까? 학교폭력심의위원회가 열리면 기본적으로 경찰도 학교에 들어와야 하고, 생기부에 학폭에 관련한 기록도 남겨야 한다. 이젠 그 기록이 대학 입학때까지 남아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지도를 해서는 안되는 선생님’과 ‘신고를 당해야 하는 학생’이 만들어낸 아주 멋진 상황인 것이다. 다시 한 번 묻겠다. 교권과 학생 인권은 공존할 수 없는, 대립해야만 하는 내용인가?

20명이 함께 생활하는 교실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20명의 학생 중 단 1명이 수업을 지나칠 정도로 방해하고 있다면,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정답은 ‘없다.’이다. 어떤 방식으로라도 학생을 수업에서 분리시키는 순간 교사는 아동 학대범으로 신고를 당한다. 아동 학대인 이유는 그 학생의 ‘수업을 들을 권리’를 침해했기 때문이다.

그럼 나머지 19명의 ‘수업을 들을 권리’는 어디 갔을까? 다시 한 번 묻겠다. 교권과 학생 인권은 대립해야 하는가?

교권

교사들이 자초한 일

‘모두 교사들이 자초한 일이야!’

‘내가 어릴 때 선생님들이 엄청나게 때렸다고. 교권의 몰락? 오히려 좋아.’

글을 작성하고 있는 나조차도 어릴 때 선생님들한테 정말 많이 맞았다. 6학년 때 같은 반에 내 친구는 뺨도 맞았다. 고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는 한문 선생님한테 교실에서 밟혔다. 폭력적인 교사들이 정말 많았다. 그 선생님들은 심지어 그 때 당시에는 2년재 전문대였던 교대를 나왔다. 그 질 나쁜 선생님들? 다 퇴직했다. 현재 교육 현장을 채우고 있는 교사들은 모두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말처럼 엘리트들이다.

요즘에도 물론 정말 극소수의 문제를 일으키는 교사들이 뉴스에 나오고는 한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자. 왜 그 교사들이 뉴스에 나올까? 특이한 일이기 때문이다. 뺨 맞았던 내 친구의 이야기도, 교실에서 밟힌 친구의 이야기도 그 때 당시에 뉴스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소문조차 나지 않았다. 학부모가 학교로 쫓아오지도 않았다. 특이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교사들의 방학은 멘탈을 치유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학교의 생태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고는 한다. 선생님들이 미칠 때 쯤 방학이 된다고. 특히 글의 서두에 나왔던 초등교사들의 경우 하나부터 열까지 아이들을 세심하게 케어 해야 하며, 심지어 저학년 교사들은 아이들 똥오줌까지 다 받아내야 한다. 업무처리에 학생관리에 민원처리에 시달리는 직업이다. 이번에 자살 사건과 관련하여 맘카페에서는 교사에게 화장실 가는걸 체크해달라는 둥, 학급내 좌석을 원하는대로 앉게 해달라는 둥 여러 요구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교사는 소위 ‘꿀빠는 직업’이 맞는가? 그 정도는 어느 직업이던 겪는 어려움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다른 이들은 당신의 직업과 업무를 보며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겉에서 보는 것과 속에서 보는 것이 다름을 인지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마치며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1년 앞을 보려면 농사를 짓고, 10년 앞을 보려면 나무를 심고, 100년 앞을 보려면 사람을 기르라는 말이 있다. 교육이 갖는 중요성은 그러하다. 특히 가진 것이라고는 사람뿐인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더욱. 교권의 몰락이 공론화 될까? 그리고 공론화로 바뀔 수 있을까? 우리는 앞으로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까? 국민으로서 모두가 걱정해야 하는 시점인 것 같다.

아래 글은 교사들을 비롯한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글이라 생각합니다. 함께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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